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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의 미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트바젤홍콩 #온오프하이브리드 #아트페어 #온라인뷰잉룸 #라이브
By 김은진 / 2021.05.25
아트 바젤은 1970년부터 바젤에서 활동하던 아트 딜러들의 주도로 시작된 아트 페어로 매년 6월 스위스 바젤이라는 도시에서 열려 “아트 바젤” 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이후 매년 3월이면 “아트 바젤 홍콩” 그리고 12월이면 “아트 바젤 마이애미”의 이름으로 홍콩과 미국으로 확장하게 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트 페어로 성장한다. 그런데 작년 3월 개최 예정이었던 아트 바젤 홍콩은 개최 40여 일을 앞두고 행사 취소를 선언하고 대신 온라인 뷰잉룸 OVRs을 18일부터 25일까지 운영하게 되었다. 원래는 부스에 설치되지 않은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부가적인 장치로 만들었던 디지털 플랫폼을 급하게 고쳐서 활용하였다고 한다. 28개국의 1,000개 갤러리가 참여하여, 총 2,000점 이상의 작품을 선보였던 이 웹사이트는 아티스트, 갤러리, 중형 및 가격대로 볼 수 있는 기본 옵션을 제공했고, 작품을 확대 또는 축소해서 볼 수 있는 옵션 등이 제공되었다. 가상 온라인 박람회에 대한 경험은 다양한 반응을 촉발시켰고, 25만 명이 동시 접속해 25분간 서버가 다운되기도 하였고, 벨기에 화가 뤽 투이만의 그림과 같이 수십억 원의 고가 작품들이 신고가에 비명을 지를 만큼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많은 예술계 인사들은 여전히 작품을 보는 물리적인 행위와, 작가와 함께 예술 작품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귀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온라인 전시장 OVRs이 아트 페어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하였다.
실제로 Art Market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미술 시장 매출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총 501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2020년 예정되었던 365개 박람회의 61%가 취소된데 따른 결과다. 온라인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홍보에 박차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딜러 매출의 9%만이 아트 페어 OVRs에 의해 생성되었다고 한다. OVRs를 포함한 박람회는 2020년 미술 딜러 매출의 22%를 차지하였고 이는 2019년 43%에서 급격히 감소된 수치다.
이러한 여파로 아트 바젤의 스위스 모회사 MCH는 급격히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급기야 지난 9월에는 미디어 자산의 상속자인 제임스 머독에게 8,000만 불의 투자를 받으며 49%의 지분을 넘기게 되었다. 이제 아트 바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혁신과 도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코로나 타격을 입기 전에도 많은 아트 딜러들은 아트 바젤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고 중간 계층과 신흥 갤러리들은 고비용으로 참여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의 경우 가장 저렴한 부스가 $31,000, 아트 바젤 홍콩의 경우 가장 저렴한 부스가 $34,000였다고 하니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많은 갤러리가 참석을 중단하거나 경쟁업체들과 공동 부스 설치를 하는 등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던 터였다. 새로운 소유권 하에 아트 바젤의 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 아트 바젤 2021이 지난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되었다. 총 23개국의 104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많은 사람들이 아트 바젤의 온, 오프 하이브리드 경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2021 아트 바젤 홍콩은 온, 오프라인 융합을 최대한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행사로 진행되었다. 현장 페어에서의 차이점은 코로나 특수 상황에 따라 ‘위성 부스’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56개의 위성 부스는 페어 측에서 고용한 현지 부스 담당자가 해당 갤러리 부스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컬렉터와 갤러리스트와의 소통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였다. 온라인 페어에서는 아트 바젤 라이브 이름으로 온라인 뷰잉룸에 라이브 방송과 가상현실 체험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더했다. 방문객들은 부스에서 QR코드를 스캔하여 WhatsApp을 통해 해외 딜러와 직접 연결할 수 있게 했고, 컬렉터는 코드를 스캔하기만 하면 실제로 작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하였다. 작품을 검색하고 구매 문의를 하는 건 물론 모든 작품의 가격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콜라보레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되면서, 많은 갤러리들이 부스를 공유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Rossi & Rossi와 마닐라의 Siverlens가 함께 전시하고, 독일 갤러리 Meyer Riegger와 Sies + Hoke, 상하이의 Antenna Space와 파리의 Balice Hertling 등이 함께 전시를 했다. 또한 이탈리아 갤러리 8개가 함께 보여 공동 부스를 설치하고 대규모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2021년 아트 바젤 홍콩은 아트 바젤의 하이브리드 전환, 디지털화의 포용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미래의 박람회는 물리적으로 작품을 보는 가치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가치 둘 다 중요하다. 디지털 오버레이는 박람회를 앞두고 더 많은 모멘텀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참석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박람회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아트 바젤의 디렉터인 Marc Spiegler은 “팬데믹은 예술계에 놀라운 회복력 및 혁신과 실험 능력을 가져왔으며 올해의 아트 바젤 홍콩은 그 사실을 증명해냈다. 무엇보다 향후 미래의 박람회 개최 방식 개발에 대한 장기적인 노력의 일환인 아트 바젤 라이브 홍콩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통해 전 세계에 전시장의 흥분과 활기를 공유할 수 있게 된 점이 기쁘다. 내년에는 홍콩에서 더 많은 이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예술계 또한 하이브리드 아트 페어의 개념을 앞으로 나아가는 길로 받아들였고, 위성 부스, 온라인 뷰잉룸 및 라이브쇼 경험 도우미 등은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도 운영 모델의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스위스 아트 바젤이 발표한 ‘2021 Art Market’에 따르면 세계 10개국 고액 자산가 컬렉터 2,569명 중 52%가 2030 세대라는 맥락과 함께 하이브리드 아트 페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에 부흥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